渦中日記 2014/11/27

어젯밤엔 오랫만에 잠을 설쳤다. 보고 싶지 않아 미루어 두었던 한달 전 영상을 봐 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끔,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이 사태가 정말 현실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어쩌면 내가 아직 버티고 있는 건, 그 현실성(적의)에 “제대로” 직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제 세번째 재판이 있었고 가처분심리는 이제 끝났다.
원고측은 6월16일 첫고발장에서 “박유하의 책은 거짓말투성이”라는 식으로 말했었다. 7월과 9월초에 답변서를 제출했더니, 9월중순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심리를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한달후,10월21일에는 고발취지를 바꾸는 신청을 하면서, “박유하의 책은 거짓말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논지가 자신들이 생각해 온 것과 다르다. 그렇게 쓴 박유하의 인식은 한국사회가 추구해온 정의에 반한다”고 했다. 웃지 못할 일은 센댈의 <정의론>까지 인용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11월 24일, 다시 추가된 세번째 문서에선 이렇게 썼다. “박유하의 생각에 대해 말하는 건 조심스러우나 해결을 위한 방식이 우리와 다르다. 그래서 그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 5개월동안, 그들은 이렇게 말을 바꿔왔다. 싸움을 걸었으니 이겨야 할테고, 그러기 위해 말을 바꾸는 건 사실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그들이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면 한번쯤은 언급해야 하는 거 아닐까. 남의 책을 함부로 훼손한 데 대한 잘못정도는 언급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 아닐까. 책을 왜곡요약해 전국민의 비난이 몰리도록 만든데 대한 사과쯤은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싸움을 하더라도 지켜야 할 룰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내가 이 재판에 대한 절망적인 기분이 드는 건 이런 부분이다. 그들의 생각과 맞지 않으니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같은 건 오히려 웃어넘길 수 있다. 말하자면, 오류는 용서할 수 있지만, 비겁한 건 견디기 힘들다.

담당변호사들과 고발장작성을 도왔을 연구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원하는 건 무언가? 정말로 “할머니의 명예”인가? 지원단체나 기존 연구의 명예인가? 자신들의 “생각”자체인가? 유일선”으로 생각한 그걸 지키기 위해서는 타인의 명예를 짓밟아도 되는가? 당신들이 말하는 “정의”란 그런 것인가?

제국의 위안부 소송 2차심리 나눔의집 기자회견 / 박선아

http://youtu.be/wfqeQ0qXG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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